전체 글43 영화 테러리스트 1995 (정당방위, 느와르, 법과 정의) 뉴스에서 범죄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둔갑하는 기사를 볼 때마다 이상하게 화가 먼저 납니다. 저도 그런 기사를 보며 "이게 말이 되나"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1995년작 영화 테러리스트를 보고 나서 그 감정이 30년 전부터 이미 스크린 위에 올라와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법과 현실 사이에서 무너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정당방위 논란, 30년 전 영화가 던진 질문이 영화의 핵심 갈등은 초반부터 선명합니다. 중앙경찰학교를 최우수로 졸업한 신참 경찰 오수연(최민수)이 첫 출동에서 조폭의 위협에 맞서다 상대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오히려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는 장면입니다. 제가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솔직히 말해서 납득이 안 됐습니다. 명백히 .. 2026. 6. 10. 무서운 영화 6 (패러디 구조, 스케치 코미디, 향수 마케팅) 웨이언스 브라더스(Wayans Brothers)가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을 나오면서 든 생각은 달랐습니다. 기대와 실제 사이의 간극이 꽤 컸고, 그 이유가 뭔지를 계속 곱씹게 됐습니다. 웨이언스 브라더스가 원작에서 보여줬던 감각이 이번에는 왜 살아나지 않았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짚어보겠습니다.패러디 구조가 흔들리면 웃음도 흔들린다: 스케치 코미디일반적으로 패러디 영화는 원작을 많이 알수록 더 재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레퍼런스(reference)를 알아봤는데도 웃기지 않은 장면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여기서 레퍼런스란, 다른 작품의 장면이나 설정을 끌어와 새로.. 2026. 6. 10. 영화 Obsession 후기 (집착, AI식 관계, 욕망의 구조, 통제욕)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집에 돌아온 밤, "내가 고백만 했어도"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지 않으십니까. 저도 그런 밤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영화 Obsession은 바로 그 감정에서 출발합니다. 다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결말은, 그 감정이 얼마나 위험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지를 아주 불편하게 증명합니다.집착이 만들어낸 재앙영화 속 주인공 베어는 니키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오컬트 상점 'The Green Man'에서 구입한 One Wish Willow로 소원을 빕니다. 소원의 내용은 "니키가 세상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일반적으로 이런 장치는 단순한 맥거핀(MacGuffin), 즉 이야기를 굴러가게 만드는 소품 정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2026. 6. 9. 백룸 영화 리뷰 (리미널 스페이스, 파운드 푸티지, 결말 해석) 공포 영화라고 해서 어느 정도 각오하고 봤는데, 갑자기 튀어나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장면이 거의 없었습니다. 대신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그 노란 조명과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가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백룸은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라, 보는 내내 어딘가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걸려 있는 감각을 주는 작품입니다.리미널 스페이스를 영상으로 구현한 방식, 파운드 푸티지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란 본래 공간과 공간 사이의 경계, 즉 어딘가로 이동하는 중간 지점을 뜻하는 개념입니다. 복도, 텅 빈 쇼핑몰, 심야의 주차장처럼 사람이 있어야 할 공간인데 아무도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영화는 그 감각을 시각적으로 꽤 잘 살렸습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불편함을 느낀 건.. 2026. 6. 9. 영화 트랜센던스 후기 (AI의식, 기술통제, 나노머신) 인공지능이 인간의 의식을 그대로 복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막연한 공상처럼 들리지만, 저는 영화 트랜센던스를 보고 나서 그 질문이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단순히 "AI가 세상을 위협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존재를 마주했을 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정면으로 묻는 영화였습니다.AI 의식 업로드, 구원인가 지배인가천재 과학자 윌 캐스터는 방사능 중독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습니다. 아내 에블린은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윌의 뇌를 AI 시스템에 복제하기로 결심합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핵심 개념이 바로 마인드 업로딩(Mind Uploading)입니다. 마인드 업로딩이란 인간의 기억, 감정, 사고 패턴 전체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 컴퓨터에 이식하는 기술로,.. 2026. 6. 8.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 (스필버그, 외계인 소재, 기대와 우려) 예고편 하나 봤는데 며칠째 머릿속에서 안 지워집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 외계인 SF 영화 예고편 얘기입니다. 사슴 눈과 외계인 눈을 겹쳐 보여주는 장면 하나만으로 소름이 돋았고, 그날 밤 댓글창을 한 시간 넘게 읽었습니다. 감독 이름 하나가 이 정도 기대를 만들어낸다는 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스필버그라는 이름이 곧 보증수표가 되는 이유저도 처음엔 "또 외계인 영화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댓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반응들을 보면 대부분이 영화 내용보다 "감독이 스필버그니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대를 표하고 있었습니다. "감독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게 진짜 스필버그 클라스"라는 말이 딱 맞았습니다.이걸 영화 산업 용어로 말하면 오토르(Auteur) 이론이 살아있는 사례입니다... 2026. 6. 8. 이전 1 2 3 4 5 6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