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틀었을 때 10분 만에 끌 뻔했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느리고, 뭘 말하려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끄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즌1을 다 봤고, 시즌2까지 이어서 봤습니다. The OA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구조를 가진 작품이면서, 동시에 가장 아쉬운 결말을 맞이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배경: 7년 실종과 사후 세계 실험
The OA의 중심 서사는 7년간 실종되었던 맹인 여성 프레이리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됩니다. 부모인 낸시와 에이브는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하나를 보고 딸의 생존을 확인하게 되는데, 이 초반 설정 자체가 꽤 현실감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핵심은 해 박사라는 인물이 운영하는 지하 실험실입니다. 그는 NDE(Near-Death Experience), 즉 임사 체험을 반복적으로 유도하는 실험을 피실험자들에게 강행합니다. 여기서 NDE란 심정지나 임상적 사망 직전 상태에서 사람들이 겪는 특수한 의식 경험을 의미합니다. 의학계에서도 꾸준히 연구되어 온 현상으로, 실제로 카디프 대학교 등에서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드라마는 이 NDE를 단순한 소재로 쓰는 것이 아니라, 사후 세계와 다차원 이동의 열쇠로 연결시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프레이리의 과거 서사였습니다. 러시아에서 니나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그녀는 마피아의 습격에서 죽을 뻔하다가 신비한 존재인 카툰을 만나고 시력을 잃는 대신 예지몽 능력을 갖게 됩니다. 예지몽이란 미래에 실제로 일어날 사건을 꿈에서 미리 경험하는 현상으로, 드라마에서는 이것이 단순한 초능력이 아니라 차원 간 연결성의 증거로 제시됩니다. 이 설정이 뒤로 갈수록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서사 전체를 떠받치는 기둥이 된다는 점에서, 초반의 느린 전개가 사실은 복선 깔기였음을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드라마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무브먼트(Movement)입니다. 무브먼트란 피실험자들이 차원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다섯 가지 동작의 조합을 뜻하며, 드라마 안에서는 신체 언어를 통한 집단적 공명 행위로 표현됩니다.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어른들이 특정 동작을 반복하는 장면이 나오니까요. 그런데 보면 볼수록 그 설정 안에 감정이 쌓이고, 나중엔 그 동작 장면이 오히려 가장 감정적으로 몰입되는 순간이 됩니다.
핵심 분석: 이 드라마가 호불호를 갈리는 이유
The OA를 두고 "지루하다가 재밌고, 유치하다가 또 감동적인 드라마"라는 말이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표현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내러티브 비선형성(Narrative Non-linearity)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내러티브 비선형성이란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지 않고 과거와 현재, 현실과 기억이 교차하며 진행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 방식은 시청자로 하여금 정보를 능동적으로 조합하게 만들지만, 반대로 초반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 내부 시청 지속률 데이터는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스트리밍 콘텐츠 분석 플랫폼 Reelgood의 자료에 따르면 The OA는 공개 당시 시즌1 완주율이 높은 드라마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이는 초반 이탈이 발생하더라도 중반 이후 붙잡히는 시청자가 많다는 것을 시사합니다(출처: Reelgood).
The OA가 호불호를 강하게 갈리는 구체적인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개 속도: 장면 전환보다 감정 축적을 우선하는 연출 방식으로, 빠른 전개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설정의 낯섦: 다중우주, 임사 체험, 무브먼트 등 장르 문법을 의도적으로 섞어 어느 쪽으로도 명확히 분류되지 않습니다.
- 감정의 무게: 상처받은 인물들이 서로를 믿는 과정이 중심이라, SF적 설정보다 감정선에 적응된 시청자일수록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제 경험상 이 드라마는 첫 두 화를 버티느냐 못 버티느냐에서 갈립니다. 두 화를 넘기면 대부분 끝까지 보게 됩니다. 저도 그랬고, 주변에 권유한 사람들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제작 중단: 시즌3는 왜 나오지 못했나
The OA는 시즌2까지 공개되었고, 시즌3 제작이 예고된 상태에서 넷플릭스에 의해 전격 취소되었습니다. 시즌2 마지막 화가 누가 봐도 다음 시즌을 전제로 한 오픈 엔딩(Open Ending)이었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이 강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오픈 엔딩이란 서사를 완전히 봉합하지 않고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 채 끝내는 결말 방식으로, 이 경우에는 후속 시즌의 전제 조건으로 설계된 것이었습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 취소는 The OA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2022년 이후 수익성 압박이 커지면서 시청자 규모 대비 제작비 효율이 낮은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2023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동사는 콘텐츠 투자 전략을 '광범위한 다양성'에서 '검증된 IP 중심'으로 전환했다고 밝혔습니다(출처: Netflix Investor Relations). The OA처럼 마니아층은 두텁지만 대중적 접근성이 낮은 작품은 이 기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이건 정말 아쉬웠습니다. 시즌2에서 펼쳐진 다중우주 설정과 각 차원에서 달라지는 인물들의 역할이 이제 막 궤도에 오르려는 순간이었거든요. 떡밥만 잔뜩 쌓아놓고 끝낸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랄까요. 이 허무함은 아무리 작품이 신선해도 남습니다. 아무리 독창적인 세계관이라도 완결되지 않은 이야기는 결국 미완성 건물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The OA를 두 가지 관점으로 기억합니다. 하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에서 가장 독특한 시도를 한 작품이라는 것, 또 하나는 그 시도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못한 채 끝난 아쉬운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The OA가 궁금하다면 일단 시즌1 세 화까지는 보시길 권합니다. 세 화가 지나도 리듬이 맞지 않는다면 솔직히 이 드라마가 맞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세 화 안에 빠져든다면, 시즌2 마지막까지 멈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시즌3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시작하는 것이, 나중의 허무함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